영업비밀과 경쟁업체 금지 약정(2)(이혜진 칼럼)
벨리시마 2017-05-30 14:19:43
본문
영업을 양도받았는데 영업양도인이 똑같은 가게를 옆에다 또 차리면 어떡하죠?
장사가 잘 되는 가게는 거액의 권리금을 주고서라도 영업을 양도받아 그 영업을 계속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당하게 영업을 양도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양도한 원래 주인이 근처에 같은 가게를 차리면 손해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커지게 됩니다. 이런 문제점을 미리 방지할 수는 없을까요.
당연히 양도인과 양수인의 합의하에 영업양도 계약서에 일정한 기간에 일정한 장소에서 동종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을 삽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계약서에 구체적인 경업금지조항이 있다면 그 내용이 가장 우선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계약 조항이 없는 경우에도, 상법 제41조는 제1항에서 ‘영업을 양도한 경우에 다른 약정이 없으면 양도인은 10년간 동일한 특별시·광역시·시·군과 인접 특별시·광역시·시·군에서 동종 영업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조 제2항에서는 양도인이 동종영업을 하지 아니할 것을 약정한 때에는 ‘동일한 특별시·광역시·시·군과 인접 특별시·광역시·시·군에 한하여 20년을 초과하지 아니한 범위 내에서 그 효력이 있다’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상법에서 영업양도인의 경쟁영업금지의무(이하 경업금지의무)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법상 경업금지의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우선 ‘영업양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합니다. 상법에서 인정하는 영업양도는 ‘유기적으로 조직화된 수익의 원천으로서의 기능적 재산을 이전받아 양도인이 하던 것과 같은 영업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영업에 있어 중요한 재산인 물적 조직은 물론 직원들의 근로관계 등 인적조직을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인수한 것인지’에 따라 그 유무가 판단됩니다. 즉, 영업양도가 있었는지는 해당 업종 및 구체적인 양도내용에 따라 양수인이 실질적으로 기존의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최근 한 판결에서 미용실의 기존 상호와 간판, 전화번호, 고객명부, 비품 및 시설 일체를 인수받고 영업자변경신고를 하고 미용실을 운영한 경우임에도, 제반 사정에 비추어 미용실의 양도는 상법상의 영업양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가 있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6. 10. 13. 선고 2015가합34826 판결). 양수인이 점포에 대한 임차인의 지위를 승계하였다기보다는 새로이 임차하였다고 할 수 있는 점, 양수인이 인수한 고객 관리 프로그램에는 고객의 이름과 방문횟수, 매출합계만이 기재돼 있고, 그 정도의 고객정보는 미용실 영업에 중요한 정보라고 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양도계약에 의해 미용실의 물적·인적조직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인수하여 영업을 양수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경업금지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는 영업을 양도한 자가 새롭게 오픈한 가게가 기존 영업과 동종영업으로 볼 수 있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되겠지요. 상법상 동종영업인지 여부 역시 영업양수인을 보호하기 위한 경업금지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완전히 동일한 업종뿐만 아니라 경쟁 관계의 가능성이 있는 업종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커피숍 영업을 양도한 자가 제과점을 오픈하여 커피를 판다면 경업금지의무에 반한다는 판결을 참조하시면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영업양도인이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여 동종의 영업을 한다면, 영업양수인은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추천0 비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