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카잔낙 로즈 농장 방문(이은정 칼럼)
벨리시마 2016-10-25 11:19:56
본문
백만 송이 장미가 품고 있는 1kg의 로즈오일을 찾아
전문 : 불가리아는 로즈와 라벤더 그리고 스파로 유명한 나라다.
필자를 비롯한 일행은 불가리아의 로즈농장들을 방문해 로즈오일 추출법 등 로즈오일 재배에 대한 실질적인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또 불가리아 카잔낙의 로즈 축제는 5월의 장미 여왕 선발이 유래된 불가리아의 역사를 담고 있는 행사로서 전통의상 퍼레이드와 그 해의 메이퀸이 등장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는 벼룩시장도 열려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글 · 이은정 영국아로마테라피(ICAA)센터장, 대한아로마학회(KAEAS)장
불가리아 카잔낙(Kazanlak) 로즈 축제
이스라엘의 호호바 투어와 그곳에서 느꼈던 고마운 마음을 간직한 채 불가리아에 도착했다.
예전 불가리아는 우리에게 아주 먼 나라였지만 공산주의가 무너진 이후 우리나라와도 친숙한 나라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불가리아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요구르트’, ‘로즈’, ‘라벤더’, 그리고 ‘스파(spa)’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불가리아 카잔낙 지방의 로즈 축제’이다. 5월의 장미여왕(May Queen)을 선발하는 전통도 이 지방에서 유래되었다. 과거에는 ‘로즈(Rosa Damascena)’의 원산지인 중동지방과 터키의 로즈 축제가 유명하였다. 그러나 기후의 변화로 터키의 로즈축제보다는 불가리아 카잔낙 지방의 로즈 밸리(Rose Valley)에서 다량의 로즈가 재배됨으로써 현재는 불가리아 로즈 축제가 더 유명하게 되었다.
햇빛과 비가 만들어내는 로즈 오일
증류기를 개발했던 중동의 아비체나가 최초로 증류한 것도 “로즈(Rosa Damascena)”오일이다.
다마세나 로즈는 핑크색의 장미로써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장미와는 다르다.
장미에도 여러 가지 종(種)이 있으나 다마세나 장미만이 최상의 로즈 향을 낼 수 있다.
로즈 오일은 진정, 호르몬 조절, 민감성, 노화 피부 케어 등 아주 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
로즈 오일 속에는 수만 가지의 화학 성분이 들어있어 만병 통치약라고 할 만 하며 게다가 그 효능도 아주 뛰어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향수, 샤넬(Channel), 디오르(Dior) 등의 원료이기도 하다.
특히 불가리안 로즈로 유명한 ‘로즈 오또(Rose OttO)’는 모든 에센셜 오일의 제왕이라고 하여 Otto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가장 비싼 에센셜 오일 중의 하나다.
로즈 오일이 비싼 이유는 백만 송이의 장미에 에센셜 오일이 1kg 정도 나오기 때문에 아주 많은 장미가 필요하다. 또 아침 10시 이전에 이슬을 머금고 있을 때 장미꽃을 따야 최상의 로즈 오일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상의 로즈 오일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햇빛과 비가 반복되어야만 되는데,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로즈를 4월말부터 수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두 가지 로즈오일 추출법
아로마테라피를 공부하는 우리는 로즈 농장과 로즈 꽃을 직접 보고 그 향을 맡기 위해 불가리아에 도착하였다. 밤늦게 도착하여 소피아 시내에서 첫날을 보내고 그 다음날 아침 카잔낙으로 출발하였다. 소피아에서 카잔낙까지는 자동차로 약 2시간~3시간 정도 소요된다. 소피아에서 카잔낙까지의 고속도로는 운전하기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의 80년대 초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보면 되는데 한적한 분위기의 고속도로 옆 풍경과 특히 고층건물 없이 고속도로 앞에 펼쳐지는 하늘은 아주 멋있게 다가왔다.
운전하는 도중 저 멀리서 비구름이 몰려오는 게 보이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약 30분 정도 비가 오고 나면 또 다시 햇빛이 난다. 비와 햇빛이 반복되는 날씨 덕분에 장미가 잘 자라는 것 같았다.
장미 농장을 가는 도중에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갔다.
식당 주인은 영어를 할 줄 몰랐고 메뉴도 모두 불가리아어로 되어 있었다. 모두들 난감해 하고 있을 때 다행히 영어를 할 수 있는 식당 손님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스테이크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맛은 없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한 끼를 때우고 거래처인 로즈 농장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수많은 로즈 농장을 보았고 사진도 찍었으며 로즈 오일 추출법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앞서 말했듯이 로즈 오일은 추출하기가 아주 힘들기 때문에 두 가지 추출법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물 증류법, 다시 말해 코호베이션(Cohobation) 방법으로 추출한 ‘로즈 오또(불가리안 로즈)’와 냉침법으로 추출한 ‘앱솔루트(Absolute)’가 있다. 직접 기계를 보면서 설명도 듣고 로즈도 많이 만져보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하고 보람있는 시간이었다.
그 후에 예기치 못했던 사건이 일어났다.
카잔낙은 시골이라 호텔이 몇 군데밖에 없었지만 2년 만에 찾아오니 그간 호텔도 많이 생겨나 있었다. 카자낙 로즈 축제가 점점 유명해지고 있는 게 실감났다.
한국에서 외국사이트를 통해 미리 예약을 했던 호텔을 어렵게 찾아갔지만 호텔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우리는 너무 당황했다. 호텔로 전화 연락을 취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리 외에도 여러 명이 같은 상황에 놓여있었다. 호텔 문 앞에서 계속 기다려봤지만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카잔낙에는 그 날 밤에 묵을 방이 없어서 그 지방과 가까운 곳에 있는 호텔을 겨우 예약해 여장을 풀고 잠을 잘 수 있었다.
로즈 축제가 점점 알려지고 관광객들이 증가하는 요즘, 호텔 예약을 하려면 적어도 6개월 전에 미리 해야 한다.
마음과 진심은 통한다
두 번째 날에는 다른 로즈 박물관을 방문하였다. 로즈 박물관에는 카잔낙 지방의 역사와 역대 메이퀸들의 사진, 옛날 로즈 추출 방법과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처음에 메이퀸은 예쁜 사람이 아니라 로즈를 가장 많이 딴 사람이 선발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로즈는 집시들이 많이 따게 되면서 메이퀸은 그 해 가장 예쁜 사람이 선발되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올해 메이퀸이 그다지 예쁘진 않았던 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두 번째 밤에는 가까운 곳에 호텔을 구할 수 없어서 멀리 있는 호텔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곳 역시 호텔 주인이 영어를 못해 겨우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고 다행히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그 곳에서 동양인들의 방문은 우리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레스토랑 직원들이 우리에게 사진을 같이 찍자고 청하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너무 시골이라 좀비 마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없었고, 가게나 레스토랑도 몇 군데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골이라 그런지 사람들과의 대화가 원활하게 통하지 않았지만 우리들에게 진심으로 잘해주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어느 곳이나 사람 사는 건 역시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마음과 진심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축제의 시작과 메이퀸의 등장
셋째 날에 로즈 축제가 시작되었다. 하늘은 높고 사람들은 많았다.
동양인들은 많이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일본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요즘 전 세계 어디서나 중국인들을 볼 수 있지만 로즈 축제에선 중국인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기대를 가득 안고서 사람들 틈에 끼어서 축제를 기다렸다. 그러나 뜨거운 햇빛과 너무 많은 사람들 틈에서 잠깐이라도 앉을 곳 하나 찾기 어려워 축제가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기 시작하였다.
그럴 즈음 드디어 축제가 시작되면서 퍼레이드가 진행되었다. 불가리아 전통의복을 차려입고 음악이 울려 퍼지면서 그 지방 사람들이 긴 퍼레이드를 하는 가운데 마지막에 메이퀸이 등장하였다.
생각보다 멋있지는 않았지만 한 번 정도는 불가리아 축제에 가보기를 권한다.
퍼레이드가 끝난 후에는 무대에서 음악과 함께 춤과 노래가 이어졌다.
그리고 벼룩시장이 열리면서 각종 기념품 등이 판매되었다. 이것 역시 로즈 축제의 백미일 정도로 아주 다양한 제품들을 팔고 있었다.
셋째날은 다행히 카자낙 지방 호텔에서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
자연이 주는 선물, 후손에게도 물려줄 수 있어야
마지막 날 우리는 소피아 공항으로 가는 길에 또 다른 거래처와 농장을 방문하였다.
이 곳 역시 시골이고 가족이 함께 농장과 공장을 함께 운영하면서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는 기업이다. 이 지역도 상당히 조용했으며 경치도 아름다웠다.
무사히 불가리아 여행이 끝나고 다시 로마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여행에서 배운 점은 인종과 언어가 달라도 서로 마음으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이 주는 선물을 우리가 계속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가 갈수록 로즈 수확량이 줄어들고 기후에 따라 로즈 오일의 질도 달라지기 때문에 지구의 기후 변화가 주는 안타까움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적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아로마테라피를 공부하는 우리들이 앞장서서 자연 환경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알고 바로 그 자연이 주는 선물을 우리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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