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호호바(JOJOBA) 오일 농장’ 방문(이은정 칼럼)
벨리시마 2016-10-25 10:52:27
본문
척박한 사막에 흐르는 생명의 줄기
본지는 이번호부터 3개월간 이은정 영국아로마테라피센터장의 이스라엘, 불가리아, 이탈리아 아로마 테라피 투어를 연재한다. 아로마 오일의 원산지 국가 방문과 아로마 관련 이야기, 그리고 재미있는 여행 이야기들을 이은정 센터장의 글을 통해 체험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8월호에는 이스라엘 호호바 오일 농장 방문기를 실었다.
글 · 이은정 영국아로마테라피(ICAA)센터장, 대한아로마학회(KAEAS)장
호호바 오일로 이름난 이스라엘
아로마테라피를 공부하다 보면 좋은 에센셜 오일과 캐리어 오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에센셜 오일과 캐리어 오일의 품질에 따라 효능의 차이를 알게 되면서 에센셜 오일의 원산지를 방문하여 실제 꽃이나 나무 등을 보면서 어떻게 추출되고 있는 지를 직접 체험하고 싶게 된다.
특히 에센셜 오일과 캐리어오일을 직접 수입하게 되면 이 같은 열망은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아로마 오일과 관련된 많은 원산지 국가들을 방문했지만 이스라엘은 첫 방문이다.
이스라엘은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국가이다. 현재 테러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이스라엘의 방문은 다소 위험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서플라이어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해 드디어 올해 이스라엘을 가게 되었다,
우선 아로마테라피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스라엘은 호호바로 알려져 있는 ‘JOJOBA(Simmondsia chinensis)’ 오일이 가장 유명하다. 호호바 오일은 이미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지고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오일은 에센셜 오일이 아닌 캐리어 오일(Carrier Oil)의 한 종류로써 원산지는 미국, 멕시코지만 요즘은 기후 때문에 원산지보다 이스라엘의 수확량이 훨씬 많으며 품질 면에서도 뛰어나다.
미국조차도 호호바 원료를 수입하여 추출하는 회사도 있으며 아예 이스라엘에서 호호바를 대량 수입하여 미국 브랜드로 유통하는 업체들도 있다.
아로마테라피에서 호호바 오일은 배제할 수 없는 존재다. 사람의 피지와 가장 똑같은 성분이기 때문에 흡수력도 뛰어나서 오일이라기보다는 ‘액체 왁스(Wax)’라고 불리기도 한다.
향이 없고 영양은 풍부하면서 피지조절 기능이 뛰어나다. 유통기간도 5년 이상이며 분자의 안정성과 천연 수분 공급성도 뛰어나기 때문에 화장품의 재료로 아주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많은 제품들이 출시되어 유통되고 있다.
이런 호호바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은 채 이스라엘을 밟게 되었다.
우리 센터 회원 6명과 함께 이스라엘과 불가리아의 로즈 농장 투어를 떠나기로 했는데 우선 이스라엘은 입국 심사부터 까다로웠다. 하지만 예수님이 태어난 나라(물론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아직까지 메시아가 온다고 믿고 있음) 라서 그런지 공항의 장대함과 히브리어로 쓰인 글자들을 보면서 마음이 엄숙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예루살렘 그리고 통곡의 벽
호호바 서플라이어 조나단 대표가 우리가 묵을 호텔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여장을 풀고 나서 텔아비브(Tel Aviv) 나이트 투어를 갔을 때 조나단 대표는 이미 가이드와 함께 저녁 식사 등을 모두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텔아비브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과거와 발전하고 있는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었다.
다음날은 예루살렘으로 갔으며 조나단 대표가 이미 관광 가이드를 통해 여행 일정을 짜주었다.
예루살렘은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 ‘십계’와 ‘벤허’의 배경으로 직접 접했을 때 감계가 무량하였다.
이스라엘의 90%는 유대인이지만 성경에서 나오는 예수님의 무덤, 로마군을 피하는 유대인들의 집들을 실제로 보니 신기함을 금할 수 없었다.
관광가이드 아나는 우리들에게 최고의 관광 정보를 제공했다.
과거의 역사뿐만 아니라 현재 이스라엘이 이슬람 국가들과 공존하는 이야기, 그 외 항상 남을 배려하는 모습은 이스라엘 최고의 가이드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 ‘통곡의 벽’이었다.
모든 종교를 막론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통곡의 벽에서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소원을 쪽지에 써서 벽 한 귀퉁이에 꽂아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우리 그룹도 모두 각자의 소원을 빌면서 쪽지를 꽂아두었다. 둘째 날까지 일정은 무사히 즐겁게 끝냈다.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호호바 농장
이스라엘 방문 셋째날, 드디어 호호바 농장을 방문했다.
이스라엘의 호호바 농장은 ‘키부츠(Kibutz)’가 관리해 유통하고 있다.
키부츠란 공산주의에 모토를 두고 있는 공동생활 단체이다. 모두들 똑같이 일해서 수입을 똑같이 나누는 곳이다. 이스라엘에는 많은 키부츠가 있는데, 호호바 농장의 키부츠는 이스라엘에서도 성공한 곳이라고 한다. 키부츠 안에는 모든 시설이 다 갖춰져 있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교육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각종 병원 등 편의시설도 마련되어 있었다. 가장 특이한 것은 식당이 키부츠의 중간에 있는데 모든 키부츠 주민들인 그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일행도 조나단과 함께 키부츠 안의 식당에서 밥을 같이 먹고 이어 사무실과 공장 등을 견학하면서 이색적인 체험을 통한 추억을 만들었다.
식사 후에 우리는 호호바 농장으로 갔다. 5000 에이커의 농장으로 아주 방대하였다.
필자와 10년 정도 거래하고 있는 회사인데 이번 여행을 통해 굉장히 큰 규모의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장 놀라운 건 이스라엘 사막 한 가운데에 호호바 농장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물이 어떻게 공급되고 있는 지에 의문을 가졌다.
이 회사의 또 다른 비즈니스가 관개시설인데 이는 바닷물을 끌어서 민물로 바꾸는 시설이다.
호호바 나무 아래쪽에 관개시설을 설치해 주기적으로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어 공급하고 있었다.
날씨가 덥기 때문에 관개시설도 마를 수 있어서 아예 땅 속에 심어서 공급하고 있었다.
척박한 사막의 땅에서는 기적 같은 시설이며 이를 통해 호호바 나무가 무성하게 잘 자랄 수 있다.
조나단 대표의 도움으로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지상에서 가장 낮은 곳 ‘사해’
그 후 우리는 ‘사해(Dead sea)’를 이스라엘의 마지막 방문지로 정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내가 예약했던 사해의 호텔이 이스라엘의 사해 호텔이 아니라 요르단쪽의 사해 호텔이었다. 호텔을 예약할 때 위치를 잘 보지 못하고 호텔 사이트에 사해라고만 찍었던 나의 실수가 원인이었다. 요르단은 이슬람 국가로서 이스라엘에서는 갈 수 없는 나라다.
그래서 호텔비를 몽땅 날리고 이스라엘의 호텔을 다시 급하게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사해는 정말 아름다웠다. 지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 사해는 성경에서 나오는 척박한 돌산을 뚫고 만들어진 고속도로를 2시간 가량 달려서 도착할 수 있었다.
바다 속에 소금 뭉치가 하얗게 떠 있었다. 미네랄이 풍부해 그냥 몸을 담그기만 해도 피부가 부드러워진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부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 특히 다수의 노인들이 단체 여행을 통해 사해의 스파를 찾았다.
사진에서만 보던 사해에 몸을 담그니 그냥 몸이 떠올랐다. 잘못해서 물이 눈이나 입으로 들어가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짠 기운이 느껴져 바로 씻어내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몸은 힘들었지만 특이한 경험이라 행복했고 여건이 된다면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여행을 통해 배운 소중한 교훈
다음날 불가리아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돌아오는 길에 렌터카 타이어에 펑크가 나버렸다.
사막 고속도로 중간이었고 한 시간 반은 더 달려가야 하는 곳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주위에 지나가는 차들이 빵빵거리며 옆에 주차하라고 손짓을 하였다. 일단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있으니 지나가던 차 한 대가 와서 도와주려고 하였다. 그러나 영어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당황하던 차에 큰 화물차가 뒤에 와서 잠깐 타이어를 땜질하더니 타이어 수리 가게로 우리를 안내해 주고 갔다. 고마운 마음도 잠시, 이스라엘이 아랍어와 히브리어 사용국이라 타이어 가게 수리공들이 영어를 하지 못해 조나단 대표에게 전화해 상황 설명을 했다. 그러나 차안에 타이어를 바꿀 수 있는 공구가 없어서 결국 렌터카 회사에 긴급 출동 전화를 했다. 하지만 2시간이 지나도 관계자는 오지 않았고 우리는 사막 한 가운데서 2시간이 넘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더 늦으면 불가리아로 가는 비행기를 놓칠 상황이었다.
우리는 다시 조나단 대표에게 전화해서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나 혼자 남아서 뒤처리를 하기로 하고 일단 나머지 일행을 불가리아로 보내려고 했으나 조나단 대표가 자기가 뒤처리를 해준다며 택시부터 타라고 했다.
다행히 택시가 먼저 도착하였고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불가리아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사람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걸 느끼게 되었다.
인종과 나라를 불문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것, 생각은 똑같다는 것,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지만 또 뜻하지 않은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글로벌화되어가는 세계, 하나가 되어가는 세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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