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를 알면, 피부 문제가 술술 풀린다 (칼럼 이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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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를 알면,
피부 문제가
술술 풀린다
학창시절, 과학 시간에 리트머스 종이를 사용하여 용액의 pH를 측정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러 종류의 용액들은 색상과 향이 비슷해 보일지라도 산도는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피부의 pH는 어떨까. 이제 피부 관리도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내 피부의 pH와 특징을 알고 적절한 관리법을 찾도록 하자.
글 이태미
pH란
pH(potential of Hydrogen ions)는 산성이나 알칼리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써 수소 이온 농도의 지수이다. 0~14의 범위로 값을 측정하는데, 중성의 pH인 7을 기준으로 숫자가 낮으면 산성, 높으면 알칼리성이라 한다.
우리 몸의 pH는 부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몸 안에 돌아다니고 있는 피는 7.35~7.45의 pH를 띠고 있으며, 장기들은 보통 pH 7.4 정도이다. 정상적인 피부는 pH 4.5~5.5의 약산성을 띠고 있다. pH가 낮으면 지성, 높으면 건성 혹은 민감성일 확률이 높다.
pH는 성별과 나이, 인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여성의 이상적인 pH는 약산성 상태인 5.5이다. 남성의 경우 그보다 조금 낮은 pH 5.2를 띠고 있으며 어린이는 pH 6.5로 성인보다 높다.
피부의 pH는 신체 부위마다 다르게 측정된다. T 존은 지방산이 분비되어 다른 부위보다 pH가 낮으며, 건조해지기 쉬운 U 존은 pH가 비교적 높다.
pH를 변화시키는 다른 요인으로는 날씨, 호르몬 변화, 노화 등이 있다. 특히 여성은 생리 전후로 pH가 낮아진다. 에스트로겐이 줄어들고 프로게스테론이 증가하며 피지 분비가 왕성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세안 직후에는 피부 pH가 평소보다 올라가며 낮보다는 밤에 수치가 높아진다. 앞서 언급했듯 어린이와 성인의 pH도 다른데, 나이가 들수록 pH 수치가 올라가 알칼리성 피부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 때문에 피부 유연성이 떨어지고 상처가 생기기 쉬우며 쉽게 아물지 않는다. 이렇듯 pH를 변화시키는 요인은 다양하다.
pH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
우리의 피부는 pH 5.5의 약산성을 띠도록 밸런스를 맞춰줄 필요가 있다. 피부의 pH가 중성에 가깝게 올라가거나 염기성 또는 알칼리성을 띠게 되면 여러 이상 반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피부에는 각종 세균과 오염물질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장벽이 존재한다. 이것을 ‘산성막’이라고 하는데, 알칼리성이 되면 쉽게 허물어지고, 피부에 안 좋은 균들이 많아지게 된다. 대표적으로 ‘포도상구균’이 증가하게 되며, 이것은 피부 감염증을 일으킨다. 심한 경우 아토피, 건선, 습진 등의 피부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피부 탄력이 저하되고 주름이 생기는 등 노화가 가속화된다.
pH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올바른 습관
■ 올바른 클렌징 제품을 선택하자
세안제 중 pH가 9~10의 알칼리성을 띠고 있는 제품들이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세정력이 좋을 수는 있지만 피부에 좋지 않다. 우리 몸에 필요한 ‘자유지방산’까지 닦아내어 pH 수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가끔 ‘뽀드득’ 소리가 나는 제품을 쓰면 개운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것은 다량의 계면활성제를 보유했을 확률이 높다. 계면활성제는 약산성 제품에도 들어가 있으며 세안에 필요한 물질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일 경우 피부의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으니 주의하자.
비누도 세안 용도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pH가 9인 알칼리성을 띠고 있어 피부에 필요한 지질까지 닦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비누로 클렌징했을 경우에는 보습 제품을 사용해주는 것이 좋다.
이렇듯 알칼리성을 띠는 제품은 피부에 부담을 주므로 아침 세안을 할 때나 가벼운 메이크업 후 세안을 할 때는 약산성 세안제를 쓰는 것이 좋다. 알칼리성을 띠고 있는 세안제를 사용했다면 pH 밸런스를 맞춰주는 스킨 제품을 사용하자.
■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자
자외선은 피부의 산성막을 파괴하는 주범 중 하나이다. 자외선은 피부 표면을 손상시키고, 피부 보습 능력과 pH 중화 능력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발라주는 것이 중요하다. 바를 때는 ‘핑거팁 유닛’이라고 하여 제품을 중지 손가락 첫 번째 마디만큼 짜서 얼굴 반쪽에 바르고, 나머지 반쪽에도 그만큼의 양을 바르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너무 많은 양을 바르게 되므로 제품이 겉돌고 미관상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땐 자외선 차단지수가 높은 제품을 사용하여 적은 양을 바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얼굴뿐 아니라 귀랑 목 뒤도 빼놓지 않고 발라주자.
■ 올바른 식습관을 가지자
피부의 pH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는 올바른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견과류와 과일류 등의 섭취를 늘리자. 특히 녹황색 채소, 감귤류, 토마토 등의 과일이 좋다. 물을 자주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고혈당 음식의 섭취는 줄이는 게 좋다. 혈당이 높은 음식은 인체의 혈당량과 인슐린을 높일 뿐만 아니라 유분을 증가시키는 안드로겐을 자극하기 때문에 pH를 산성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여러 피부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음주도 자제하도록 하자. 알코올은 수분 손실을 증가시키고 피지 분비량을 감소시키며 피부의 산도를 높인다. 피부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기도 하다.
피부 타입 진단법
우리의 피부는 pH에 따라 pH 2~pH 4의 지성 피부, pH 6.6의 건성 피부, pH 7~9의 민감성 피부 등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피부 타입을 정확히 진단하고 싶다면 전문가와 상담하거나 pH 측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집에서 간단히 진단해보고 싶다면 세안 후 15~20분 후의 피부 상태를 체크해보자. 이때 실내 온도는 21~24도, 습도는 60~80% 정도 유지된 상태여야 더욱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 세안 직후는 아무리 지성피부라 할지라도 당길 수 있다. 20분 후 여전히 당김이 지속된다면 건성 피부, 기름기가 올라온다면 지성 피부일 확률이 높다. T 존은 기름기가 올라오지만 U 존은 당기고 건조하다면 복합성 피부인 경우가 많다.
피부 타입별 특징과 피부 관리법
■ pH 2~pH 4 지성 피부
피부 표면을 피지막이 잘 덮고 있어서 건성 피부에 비하여 주름은 잘 생기지 않지만 피지가 많이 분비되어 pH가 낮은 산성을 띠고 있는 타입이다. 그렇기에 각질제거를 할 수 있는 스킨케어 과정이 필요하다. 피부의 유수분 밸런스를 맞춰줄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자. 세안 시 약산성 클렌징 제품이 좋다는 것이 통상적인 관념이지만, 지성 피부는 이미 산성을 띠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기에 가끔 약알칼리성이나 중성 세안제를 사용해도 괜찮다.
이런 피부 타입은 번들거리는 느낌 때문에 세안을 자주 하기 쉽다. 하지만 그럴 경우 pH 밸런스가 깨지기 쉽다. 세안은 아침, 저녁 2회만으로 충분하다.
지성 피부는 블랙헤드가 생기기 쉬운 타입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손으로 제거하려 하면 자칫 모공이 넓어질 수 있다. 피지를 불려서 면봉으로 걷어낼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자.
■ pH 6.6 건성 피부
세안 후 그대로 두면 피부가 건조하고 당김이 있는 피부이다. 수분과 기름이 모두 부족해 잔주름이 생기기 쉽고 노화가 빨리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윤기와 생기 없이 칙칙한 피부톤이 특징이며 자극에 약한 민감성 피부가 되기 쉽다.
아침 세안은 거품이 없는 밀크 타입의 클렌저를 사용해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세안 후에는 탄력 부여, 링클 케어 등의 효과가 있는 고기능성 영양크림이나 보습력이 높은 제품을 바르자. 알코올 성분이 든 화장수는 되도록 피하자.
수분량이 많은 건성 피부는 아침 세안 후 로션 타입의 보습 에센스를 바르는 것이 좋다. 수분은 물론 피지 구조와 유사한 오일 성분이 들어있는 것을 선택하자. 밤에는 유분이 많이 함유된 제품을 선택해 충분한 영양 공급을 해주자.
■ pH 7~9 민감성 피부
정상적인 피부는 pH 2.5~2.8의 제품을 발라도 자극감이 느껴지지 않으며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민감성 피부는 pH 3~3.5 정도로 pH가 낮은 제품을 사용할 경우 피부에 따가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피부에 적정한 pH 5~5.5의 제품을 쓰자. 그러면 피부 장벽 기능의 회복력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pH 가 높은 비누도 민감성 피부나 피부 장벽 기능의 회복력이 떨어지는 피부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건조함, 따가움, 당김, 심하면 가려움증, 붉음증 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피부를 보호하고 있는 보호막이 깨지기 쉬운 타입이므로 약산성의 제품으로 클렌징하는 것이 중요하다. 클렌징 제품의 제형을 선택할 시 워터 타입은 주의하도록 하자. 화장솜이 피부에 직접 닿으면서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질막을 구성하는 성분인 스쿠알란, 오메가-3, 오메가-6, 세라마이드 등이 들어간 성분을 사용하면 잔주름이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지금까지 피부 pH와 그에 따른 관리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제 피부도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이다. 올바른 피부 관리 방법을 숙지하여 꿀피부로 거듭나자.